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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경 6개월 여정 (1/9) ] - 흠 아이템 뭐하지? (feat 린 고객개발)

November 12, 2023

1. 프리랜서 라이프로 SaaS 아이템 찾기

정석적이라면(?) 풀고 싶은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그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멤버를 팀에 추가하며 Problem - Founder Fit을 검증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의 경우 팀이 먼저 결성되어 있었기도 했고, 동시에 사람들이 강렬하게 페인포인트를 느끼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해서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진짜 문제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결과, 당시 데이터 분석, 노코드 툴 전문가, PO, 디자이너로 구성이 되어 있었기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이러한 프로젝트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형에 대해서 SaaS로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외주 스페셜리스트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확실히 특정 회사의 문제를 푸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1분 1초가 돈으로 치환이 가능한 프리랜서의 삶을 사는 것도 꽤 달콤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원래 가설에서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를 발굴하여 이를 SaaS’화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두달쯤 지나고 나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각 회사에서 ‘스페셜리스트’를 고용하여 풀만한 문제는 생각보다 강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화하기 어려웠고, 한 회사의 한 문제를 푸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어, ‘문제 발굴’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고, 이로인해 창업의 시점이 너무나 뒤로 밀릴것 같아 ‘프리랜서 라이프를 통한 문제발굴’은 중단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는 어떤 종류의 결일까?

풀려는 문제를 좁혀나가는데 있어서, 각 멤버가 가지고 있는 중심적인 욕망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구성원의 욕망과 회사가 푸는 문제의 영점을 맞추는 것은 오랫동안 달리는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렇게 워크샵을 하며 가슴속의 이야기를 나눈 결과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고, 내 지인과, 내 친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 그들로부터 “너가 만든 이 제품 때문에 내 하루가 너무 좋아졌다”라는 이야기를 듣는것’이 우리의 교차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한번 SaaS를 만들기로 결론을 내었고, 가능하면 3달에 한두번 쓰는 그런 SaaS가 아니라, 매일 매일 사용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SLG(Sales led Growth)가 아니라 PLG(Product led Growth)를 만들어 낼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SLG에 의존하는 SaaS를 한번 해보니,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해당 국가에 세일즈 팀을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그로스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린 고객개발로 무작정 인터뷰하기

개인적으로 린 고객개발은 ‘누가’ ‘언제’ ‘어떠한’ ‘문제’를 겪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진짜인지 검증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실무적 방법이 정리되어 있는 제 인생 책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10년동안 풀 문제를 찾아나가는데 있어 코파운더들 모두가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싸워나가길 기대했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읽었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리해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사실, 린 고객개발은 기본적으로 가설주도 인터뷰를 통해 문제의 실제성을 검증하는 방법론입니다. 다만 저희팀의 경우 문제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우선 러프한 질문의 영역만 설정한 채로 무가설 인터뷰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시의 메인 문제의식은 ‘왜 세상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회사가 이리도 많은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병목들은 무엇인가?’ 였습니다.


우선 뾰족한 가설 없이 60여개의 스타트업을 인터뷰 하다보니, 어느정도 문제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는 말처럼 일이 잘 되고, 행복한 회사는 5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로웠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그중 1가지 이상의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빠지는 5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대표가 회사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음

놀랍게도 20% 이상의 스타트업 (심지어 시리즈 C 규모의 스타트업들도 포함)은 대표가 회사의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 여기에는 1) 매출 2) 마켓쉐어 3) 리텐션 4) 브랜딩 4가지 모두가 목표라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모든게 목표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목표로 설정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2. 중간자(C레벨, 미들급)가 방향성을 자신의 입맛 혹은 무능으로 인해 왜곡함

사실 10명 내외의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발생하지 않는 이슈인데요. 20명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서부터, 대표가 모든 구성원가 직접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미들맨을 두면서 발생하는 이슈였었습니다. 케이스는 2가지 였는데, 1)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방향성을 각색하는 경우 2) 대표의 방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옛날 가족오락관에서 하는 게임인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열화된 메시지를 구성원에게 전달하면서 발생하였습니다. 이 경우 그 아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은 몇번의 시도를 거친 뒤 과감하게 조직을 떠나는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예하에 그러한 미들맨을 감수하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로 조직이 채워지기 시작하면 - 조직은 빠른 속도로 침몰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3. 구성원이 목표에 대해 잊음 or 신경쓰지 않은 채로 하루를 보냄

목표가 클리어하게 전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대해서 ‘나와는 상관 없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그정도는 아니어도 현실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많은 일을 함에 있어서 목표를 잊고 - ‘우선 쳐내기에 바쁜’ 모드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관성화된 액션과, 타인의 요청하는 데드라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 정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거절하지 않게 되면 ‘목표’라는 것은 단지 회사 벽에 붙어 있는 무언가가 되게 됩니다. 반대로 클리어한 목표를 중심으로 내부 구성원들이 움직이는 회사는 Kill 해야하는 Task를 과감하게 제거하며 정말 해야하는 것, 즉 본질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4. 목표의 달성 유무 및 그 결과와 원인에 대한 유의미한 회고를 하지 않음

스타트업의 액션은 90%정도 실패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패가 만연이되고,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루트커즈를 찾아,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똑같은 타율을 가진 조직으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운좋게 잭팟을 터트리지 못하면 결국 시간이 지나게 되면 죽음으로 향해 걸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에서 밀려있는 일로 인해, 계속 달리고 또 달리기만 할 뿐, 반복적인 실패중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멈춰서서 회고를 하여 스스로의 작동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5. 목표의 달성에 기여한 인원에게 인센티브를, 그리고 실패에 기여한 인원에게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음

쓰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네요. 하지만 저는 자연계의 적자생존, 그리고 우리의 뇌 내부에서 뉴런이 연결되고 연명하거나 반대로 사멸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딥러닝에서 매 이터레이션마다 Back propagation을 통해 상수를 조정하여 예측 정확도를 높히는 방법이 스타트업이 모방해야하는 조직관리라 믿는 편인데요.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목표를 달성해낸 사람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인센티브를, 그리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패널티를 주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일하며 목표를 달성해낸 직원은 연말에 월급을 루팡을 하는 타 직원을 보며 현타를 느끼고 ‘내가 왜 열심히 하지? 어차피 쟤랑 똑같이 받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과 닮아가거나 퇴사하고, 실력으로 승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루팡러는 자신의 연말 다면평가에 좋은 평가를 줄 사람을 만들어 놓기 위해 커피챗으로 회사의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인터뷰를 내용을 복기하며 쓰다보니 다시 감정이 좀 격해졌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 ‘더 편하게 일하고 싶다’ 의 사람은 적었습니다. (아니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명감으로,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며 증명하는 자신의 삶을 살길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렵게 하는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있었고, 그 장벽들은 직원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가 너무나 버거워 보였습니다.


우선, 위 5가지의 문제중 오프라이트는 1,2번 문제는 도저히 SaaS로는 풀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아마도 컨설팅의 영역) 반면에 3,4,5의 문제는 우리가 잘할수 있고, 풀어볼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였습니다. 추후 2편을 통해서는 저희가 보다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3,4,5 번의 문제를 드릴다운 했는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편을 통해 다시금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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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이트에서 비워진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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