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오프라이트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는 홍남호입니다. ’오프라이트’에서는 조직의 ‘작동방법’을 정하고 고객과 끊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 어떤 대학생활을 했나요?
문제를 풀고 싶었어요. 문제를 푸는 방법이 창업이라 생각했었고, 이를 배우기 위해 선배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었어요. 이때 조금 고생했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창업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던 시절 케이큐브벤처스(카카오벤처스의 전신)에서 투자팀 인턴을 뽑는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투자를 요청하는 수많은 신생기업 중에 ‘어떤 기업’ ‘어떤 대표’가 투자받는지 옆에서 보고 배운다면 그 힌트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운이 좋게 인턴의 기회를 잡았고, 당시 그리고 지금도 업계에 너무나 유명한 임지훈 대표, 정신아 대표, 김기준 부사장과 접점을 가지고 일하며 - 사업 그리고 팀을 바라보는 눈을 아주 조금이나마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졸업을 앞둔 1년, 주변의 지인들이 취준생들이 공모전, 대외활동, 인턴, 채용 관련 정보를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 포스터, 학교 게시판, 카페를 왕복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공고를 놓칠까 봐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는 큰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풀지 않고 모른 척 넘어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개발자를 구하려 했으나, 개발자를 결국 구하지 못해 - ‘이럴 거면 내가 배워서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멋쟁이 사자’에 들어가 개발을 공부하고 서비스를 런칭했었습니다. 짧게 결과를 말하면 그리 잘 풀리지 않았고, 아직 미성숙했던 팀은 금방 깨졌었어요.
3. 사회 초년생은 어떻게 보냈어요?
앞서 말했던, 팀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 결국 사업을 하려면 단단한 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어디서 내 팀을 찾아서 만들지?’ 라는 생각을 할 당시에는 카카오, 라인, 네이버, SK플래닛에 좋은 IT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중 카카오에 입사하였고, 당시 제가 희망했던 초기 ‘카카오 택시’ 팀에 조인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일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제 삶을 바꾼건 바로 제 옆자리에 있던 분이었는데요. 전직 개발/ 디자인 / 영업 / 데이터분석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크롱’이란 분은 유일하게 대표와의 미팅에서도 밀리지 않고 숫자를 기반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판에 제대로 끼려면 데이터를 파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데이터 팀으로 소속을 바꾸고, 숫자에 빠져 사는 삶을 살았습니다. 콜과 택시를 연결하는 로직을 어떻게 변경하냐에 따라 연결 성공률이 어떻게 바뀌는지, 택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어떻게 역동적으로 가격을 변경하면 매출이 극대화되는지, 당시 떠오르던 딥러닝을 이용해서 지역/시간/날씨 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발생하는 택시 호출 수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기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4. 그래서 카카오에서 팀을 만들어서 창업했어요?
아니요…사실, 이 시기는 제 인생에서 창업의 의지가 가장 낮아졌던 시기였어요. 카카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서비스들이 카카오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에 얼마나 쉽게 오가닉 트래픽을 만들어 내고, 얼마나 쉽게 머니타이징을 전 국민 단위에서 하는지를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문제해결이지 창업 그 자체는 아니지 않나? 나를 가장 잘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러닝커브가 예전 같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시기기도 하네요)
이때쯤, 카카오벤처스에서 심사역 오퍼가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거절했어요. VC에서 인턴을 하며 깨달았던 것은, 적어도 파트너분들처럼 한 분야에서 그 분야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끝까지 경험하기 전에는 창업자에게 그 어떤 조언도,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이유로 고사를 했더니, 정 대표님이 ‘네가 제일 목표로 하는 게 무엇인가?’ 저는 ‘가장 타율 높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답을 했죠. 그러자 다시 ‘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당시 딥러닝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던 저는 ‘가장 많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고 가장 많은 성공/실패를 경험하여 제 의사결정의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으면 된다’라는 답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믿는 회사들에 투자하고, 나아가 투자한 회사 중 일부에 파견의 형태로 일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오퍼를 주셨어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고민해 보라고 하셨지만, 기준이 명확했고 이보다 나은 오퍼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던 게 생각나네요)
그렇게 시작했던 VC의 삶은 정말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각종 사업에 대해서 빠르게 배우고, 흡수할 수 있었어요. 인생을 일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70년짜리 콘텐츠라고 비유한다면, VC의 삶은 ‘세상의 경계를 깎아나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게 해주는 삶이었어요. 이쯤부터, 투자했던 대표님들을 보면서 ‘뛰어난 사람들’이 ‘풀어야 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풀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과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명예와 큰 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어요. 이쯤부터 슬슬 조력자가 아니라, 직접 운동장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 같아요.
5. 어쩌다 쿼타북 공동창업
원래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것을 못 참는 성격이에요. 반복 작업이 있다면, 클릭 한번 덜 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이 있다면 찾아서 공부하고, 단축키를 모두 외우면서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제가 분기마다 엑셀로 존재하는 주주명부를 인쇄해서 도장을 날인하고, 다시 스캔해서 송부하고, VC는 다시 그걸 엑셀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뭔가 너무 고치고 싶었어요. 우선은 노션을 통해 End to End 오퍼레이션을 만들어 보았지만, 근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관리하는 정보와 VC에서 바라보는 정보가 연동되지 않았기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 문제를 깨닫게 된 순간부터 멈출 수 없었어요.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고 회사에 말씀드렸고, ‘풀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모로 정말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었어요. 인생 살면서 처음으로 B2B 세일즈를 하며 처음으로 홍보 메일을 스팸 급으로 한국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임직원분들께 보냈고, 미팅을 허락해 주신 분들을 찾아뵈며 맨땅에 해당하는 미팅을 하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YC에서 매번 강조하는 것처럼 ‘Talk to users’ ‘Make something people want’를 정말 피부가 아니라 뼈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초기의 제품은 정말 아무도 원하지 않았었어요. 그 누구의 문제도 풀어주지 않는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투자를 했던 대표님조차 거절을 하셨던 순간을 생각하면…)
결국 수천 개 회사들의 고객들과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문제를 듣고, 그 문제를 지금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듣는 방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무엇을, 왜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비즈니스의 뿌리이고, 이 뿌리에서 시작되지 않은 모든 액션은 그저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일 뿐이더라고요.
6. 두번째 창업 오프라이트
22년 겨울 연말,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고, 올해 93살이 된 워런 버핏의 행복에 관한 영상을 유튜브로 접했었어요. 인터뷰에서 너무나 여유 있고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질문자가 ‘그 나이를 먹도록 어떻게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가?’ 를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버핏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문제를, 메일 반복적으로 풀었기 때문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의 순간이었어요. 늘 50살이 되기 전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뒤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90살이 되도록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러웠고, 나도 꼭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뭐지?’ 고민했어요. 1) 좋아하는 사람들과 2) 좋아하는 문제를 3) 90살까지 매일 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간단했어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행동하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그럼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 어떤 개념을 근간에 두고, 어떻게 작동하는 회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는 다음번 기회를 통해 글을 써볼게요.